부산서 열린 올해 벤처창업페스티발 부대행사로 9일 진행된 ‘2018 재도전의 날’ 행사의 시작은 ‘실패컨퍼런스’였다. 실패컨퍼런스는 실패경험 공유·토론을 통해 재도전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공감대 형성을 목적으로 마련된 행사다.

 

실패컨퍼런스의 원조는 미국 ‘페일콘(FailCon, Failure Conference)’이다. 페일콘은 미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보편적 가치관을 보여주는 행사이기도 하다. 창업에 실패해 본 기업가들, 투자자들이 모여 자신의 실패담을 공유·토론해 재기의 모티브를 제공한다. 국내서 공유주방 서비스를 개시한 트래비스 캘러닉 전 우버 대표 등 유명 창업자들도 이 무대에 섰다. 페일콘의 성황은 흔히 ‘잘나가는’ IT 기업이 몰려있는 실리콘밸리에서도 실패가 보편적인 현상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스타트업은 실패가 기본인 셈이다. 행사는 2009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된 후, 이스라엘, 프랑스, 브라질, 인도, 한국 등에서 개최되고 있다.

 

국내서 창업실패는 인생실패로 귀결된다는 인식이 있어왔다.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여전히 부모의 절반 이상은 자식이 창업을 한다고 하면 말리겠다고 한다. 많은 부분이 개선되고 있지만, 창업자가 아이디어를 가지고 모험을 할 수 있는 생태계는 아직 미완성 단계라고 할 수 있다.

 

실패컨퍼런스는 이러한 사회적 인식의 재고를 위해 큰 실패 뒤 재기에 성공한 기업인들의 강연으로 진행되었다. 카스 필립스 페일콘 글로벌 프로듀서도 영상으로 창업자들에게 당부의 말을 남겼다. 이하 영상 키노트 전문.

 

“한국 주최측과 페일콘에 대해 논의할 당시 ‘Re-challenge’라고 직역되는 ‘재도전’이라는 단어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재도전이라는 단어가 영어로 명확하게 다가오지는 않았습니다. 그 의미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 한동안 주최 측에게 단어의 뜻을 물어야만 했습니다.

 

여전히 재도전이라는 단어를 정확히 이해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두 가지의 흥미로운 해석을 하게되었습니다. ‘Challenge(도전)’라는 단어는 여러분이 곧 맞닥뜨릴, 여러분 앞에 놓인 과제라는 명사로 해석될 수도 있고 또 동사로도 쓰일 수 있습니다. Challenge라는 단어가 보다 역동적으로 도전 의식을 북돋는다라는 의미를 갖게되는 것입니다. 이 공간에 있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실패를 겪을 확률이 높습니다. 때문에 반드시 재도전을 해야 한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서비스 구상 단계, 디자인 단계, 제품 출시 이후에 겪는 시행착오는 실패가 아닙니다. 이 단계들은 실패에 영향을 주기는 하지만, 가장 실패를 크게 느끼는 부분은 우리가 재도전을 해야 하는 때에 옵니다. 그 순간이 감정적으로 가장 힘든 순간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 순간이 제가 여러분같은 창업자나 사업자들에게 가장 많은 조언을 건내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사업을 착수하기 전, 신제품을 세상에 내놓기 전에 여러분의 팀과 함께 어떤 실패가 일어날 수 있는지를 논의하세요. 그리고 실패 후 재도전의 순간이 올때를 대비할 계획도 논의하세요. 여러분이 세운 가정과 추측 그리고 세운 계획 중 가장 취약한 부분을 생각해 보세요. 사업을 착수하기 전 당신의 팀을 불러모아 이런 부분을 확실하게 인지 시키세요. 문제들에 대해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 그리고 문제가 일어나려고 할 때 어떻게 받아들일지도 함께요. 우려했던 문제가 일어난다면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구체적인 계획도 세워야 합니다. 사업이 현실화되기 전에 일어날 수 있는 문제를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그 문제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 그리고 누가 어떤 부분을 담당하여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도 정해둬야 합니다. 이렇게 대비해 놓는다면 여러분은 다음 도전을 이어갈 수 있을겁니다. 실패를 공략할 계획이 있기에 흔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이 과정은 중요합니다.

 

만약 시행착오를 겪지 않는다면, 이러한 새로운 도전을 마주하지 않는다면, 여러분은 그 어떤 새로운 것도 하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실패는 단지 혁신의 일부입니다. 실패는 여러분이 주기적으로 마주해야 하는 것입니다. 실패를 여러 번 겪고, 이해하고, 견딜 역량을 키워 문제가 생길 때 적절하게 댕응해야 합니다. 우리는 실패를 통해 비로소 진정한 혁신을 이룰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겪게 될 실패에서 동기부여를 얻고 기쁘게 받아들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재도전의 순간에 닿았을 때, 어려움 앞에 섰을 때 시험당하지 마세요. 반대로 여러분이 그 어려움을 시험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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